[현장에서] '기술'보다 '정치논리'가 점령한 原電 안전

입력 2018-04-04 19:13   수정 2018-04-05 05:42

조재길 경제부 기자


[ 조재길 기자 ] 김용환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작년 말 청와대에 사직서를 냈다. 임기를 1년4개월 남겨놓은 상태였다. 김 전 위원장은 과학기술부에서 원자력정책관, 원자력국장 등을 지낸 원자력 전문가다. 후임자로 반핵운동가 출신인 강정민 전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 선임연구위원이 임명됐다.

지난 2월에는 최종배 원안위 상임위원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원안위를 상대로 ‘월성 1호기 운전 취소소송’을 이끌었던 김호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은 신임 비상임위원으로 위촉됐다. 원안위 설치법에 따르면 원안위원은 심신장애 등이 발생하지 않는 한 3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원전의 폐쇄나 수명 연장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만큼 정파(政派)에 흔들리지 않도록 한 최소한의 장치다. 누군가 김 위원장 등의 사임을 압박했다면 법 위반 소지가 있다.

선뜻 이해하기 힘든 이 같은 인사 행태는 요즘 원자력업계에서 드물지 않다.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지난달 23일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와 김영중 환경컨설팅협회 회장을 각각 새 이사로 선임했다. 이들은 강건욱 서울대 의과대학 핵의학교실 주임교수 및 문주현 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 자리를 대체했다. 탈핵 법률가 모임인 해바라기 대표를 맡고 있는 김영희 변호사는 감사로 임명됐다. 어찌 된 일인지 원자력안전재단은 이사진 교체를 공지하지 않았다. 홈페이지에도 전임자 명단 그대로다. 원자력안전재단은 원자력 안전 정책을 기획하고 평가하는 공공기관이다.

원안위 설치법에 따라 15명 안팎의 원자력 기술 전문가로 구성해야 하는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는 작년 11월 위원장을 포함한 9명의 임기가 종료됐지만 지금까지 신규 위원을 뽑지 않고 있다. 위원이 턱없이 부족해 지난 4개월간 전문위 회의를 한 차례도 열지 못했다. 작년 ‘탈핵 반대’에 서명한 400여 명의 교수를 제외하다 보니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임기가 내년 9월까지인 성게용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에 대해서도 ‘사임 외압’설이 나온다.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를 가동한 이후 한 번도 원전 사고를 내지 않은 원자력 안전 강국이자 원전 수출국이다. 국가 전체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도 26.8%(작년 기준)에 달할 정도로 높다. ‘닥치고 원전 폐쇄’만을 외칠 수 없는 배경이다. 고도의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원자력 안전 기관들이 탈핵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는 게 원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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